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

책 표지


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 

서른 즈음에 만난 서른 명의 아버지


저자우동준  저 
출간일2021년 08월 15일
가격12,000
크기125 * 188 * 17 mm / 240 g
페이지192
ISBN9791190971607

도서 소개

인터뷰 프로젝트 이름은 ‘돼지국밥’
더 넓은 세상 속 다양한 아버지를 만나다
“당신은 아버지에게 무엇을 묻고 싶나요?”

아버지 인터뷰 프로젝트 이름은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저자가 아버지와 마주 보며 먹었던 마지막 음식이다. 닮은 맛이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돼지국밥. 저자는 서른 명의 아버지를 만나며 이들 모두에게서 ‘닮음 속 다름’을 발견하고자 했다. 온몸으로 세상을 껴안으며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과 닮은 아이들을 품는 건 서툴고 어색한 못난 중년의 존재들. 아버지란 이유로 기대받고, 아버지란 이유로 해내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하루씩을 살아가는 ‘의지’. 이것이 저자가 발견한 ‘닮음’이었다.

“어떤 아버지는 회색빛 도시에서도 가장 어둡고 눅눅한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누구는 푸른 바다 위에서 매일 그물을 걷고 풀어헤쳤으며, 멋진 자동차와 달큰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로 가득한 아버지도 있었다. 아버지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달랐다. 나는 아버지들이 모두 같은 언어, 모두 같은 책임을 느낀다고 생각했지만, 정형화된 아버지의 모습 따윈 세상에 없었다.” - 본문 中

저자는 다양한 아버지와 돼지국밥에 소주를 나누며 수많은 이야기를 수집했다. 국밥에 소주 한 병은 적당히 얼큰하면서도 술기운을 낼 수 있는 좋은 안주였다. 낯설고도 어려웠던 중년의 아버지를 만나는 과정은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는 일이기도 했다. 저자는 인터뷰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작업의 끝에 도달하면 아버지란 존재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인터뷰가 끝난 후 마주한 건 삶에 대한 다양한 보기였다. 이렇게 살아도 되고 저렇게 살아도 된다는, 정답이 없는 보기. 대화 몇 번을 통해 ‘아버지’란 세계를 이해하겠다는 계획은 어설픈 욕심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삶의 실타래를 손쉽게 푸는 방법은 없었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이 다양한 사회를,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애써 달라지려 하지 않고 자신의 얼굴로 아버지가 되는, 모두가 나다운 아버지가 되길 꿈꾼다. 이 책의 표지에 담긴 아버지 얼굴은 콜라주처럼 저마다의 개성을 담고 있다.” - 들어가며 中

저자는 서른 명의 아버지를 만난 후, 좋은 아버지보다는 좋은 어른이 되기로 다짐한다. 누군가를 길들이기보다는 제대로 길러내는 어른의 모습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한 공격도, 지난 아쉬움에 대한 토로도, 지난 결핍에 대한 증명이 아닌,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기에 가깝다. 이 책의 1장은 저자가 아버지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녹아 있고, 2장과 3장에는 저자가 만났던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다. 4장에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후 저자가 느꼈던 단상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부록에는 청년들이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었던 180여 개의 질문을 추려 남겨둔 70개의 질문이 담겨 있다. 90년생 청년이 만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잊고 지냈을지 모를 소박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이 가득할 것이다.


목차

  • 들어가며

    1. 아버지란 낯선 세계
    어느 날, 거울에서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가 궁금해졌어
    어른이란 낯선 세계
    상실을 끝낼 수 있는 법
    당신은 아버지에게 무엇을 묻고 싶나요?

    2. 똑똑, 문을 두드리다
    삶의 기본값은 행복이 아닙디다
    평범한 아버지가 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죠
    아버지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에요. 수많은 얼굴이 있어요
    돌아보니 아버지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쉽더라고요
    우린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역할은 단 하나, 꾸준히 살아가는 것
    나는 아버지와 다를 거예요
    가족은 서로에게 계기와 이유가 되니까요
    우리의 시대와 그들의 시대는 다를 거예요

    3. 누군가를 사랑할 때, 비로소 물을 수 있다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한 법이에요
    의지가 있다면 지켜낼 수 있고 달라질 수 있어요
    당신이 꿈꾸는 변화는 아름답다
    결핍은 없음을 확인할 때가 아닌 무엇이 필요해질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아버지가 듣고 싶은 작은 말
    나를 외면하지 않을 때, 책임감은 힘을 얻는다
    언제나 역할이 사람을 만든다
    아버지이기에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4.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다름은 닮음에서 시작하니까
    이런 고민
    우리 시대엔 가장이 아니라, 아버지가 필요하다
    인터뷰, 내 생애의 작업

    나가며
    아버지에게 전하는 70가지 질문

저자 소개

우동준 

타인을 향한 질문을 설계하고, 대화를 통해 내면을 만나는 ‘인터뷰’에 매력을 느낀다. 아버지 인터뷰를 시작으로 마을 주민, 아이들, 청년의 삶을 듣고 기록했다. 세련된 대화의 기술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고민한 질문이 인터뷰의 본질이라 믿고 있다. 캠페이너, 청년활동가, 커뮤니티 매니저란 거창한 수식을 거쳐 왔지만, ‘인터뷰어’로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걷는 모두를 만나고 싶다.
큰바람이 일어나기 전, 먼 산에 끼는 뽀얀 안개를 ‘바람꽃’이라 말한다. 바람꽃을 필명이자 활동명으로 삼고 우리의 바람이 바람이 되어 불어오기를, 작은 연결이 거대한 바람으로 되돌아오길 바라며 글과 실천을 이어간다. 내뱉은 말과 써 내려간 글이 일치되는 삶을 꿈꾸고 있으며 펴낸 책으로 『오늘도 만나는 중입니다』(2020)가 있다.



🖋 책 속으로

그런데 문득 안경을 벗은 내 얼굴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사람이 스친다. 익숙한 주름, 익숙한 표정. 누구였더라. 한참을 고민하다 내뱉은 한 마디. ‘아! 아버지다.’ 거울 속에 아버지가 있다. 아니, 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 서른이 된 내 얼굴에서 이제 아버지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한다. - 19p

그러니 이 어려움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버지를 닮은 나니까, 아마 아버지도 나만큼 둔했을 테고 어리숙했을 테다. 남들은 잘 해내지만, 내게 유독 버거운 일이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어쩌면 아버지에겐 아버지란 역할이 그렇지 않았을까. 세상을 이기지 못한 나의 아버지였지만, 직업으로 당신의 존재와 가치를 평가했던 세상처럼 나를 향한 역할과 책임만으로 당신의 존재를 묻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란 역할을 버거워했던 그였기에 이젠 잣대를 내려놓고 그의 인생을 조금 더 편히 바라보고 싶다. - 31p

누군가의 아들에게 당신의 아버지와 나눈 하루의 대화를 전하는 것이 나의 상실을 끝낼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었다. 내가 만난 아버지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마음을 기록하고, 아버지란 단어 안에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삶을 직면하는 것.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렸던 어린 시절의 긴 밤을 알기에, 오늘도 긴 밤을 보낼 이들을 위해 낯선 아버지들의 고민과 꿈을 엮는 것을 나의 다음 과제로 정했다. - 40p

그의 대답을 듣다 신발을 보았다. 신발 밑창이 떨어지면 버릴 법도 한데 그는 굳이 검은 실로 낡은 밑창과 신발을 꿰매 놓았다. 이처럼 이태백의 지나버린 아픔도 기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나미 볼펜에 꽂아 쓰는 몽당연필처럼, 이태백의 낡은 신발처럼 구멍이 나버린 지난 경험도 얼기설기 묶어내 어느 하나 버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마주하길 바랐다. 좁고, 춥고, 불안한 주차 관리실이지만, 이태백이 있는 이곳은 분명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삶의 현장이었다. - 52p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조금씩, 객관적으로 다가간다. 돌팔이의 고백을 들으며 그렇다면 나는 가장이 아닌 개인으로서 아버지를 바라본 적이 있나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 기능으로만 아버지를 평가했던 것은 아닐까. 그 잣대가 과연 타당했을까. 가장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아도 분명 아버지에게도 개인으로의 삶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타인으로서 아버지의 삶을 바라볼 수 있을 때, 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을 때 나와 아버지의 진정한 다음 관계가 시작될 것이다. - 62p

힘겹게 감춰둔 마음을 꺼내자 쌓아두었던 슬픔이 한 번에 쏟아졌다. 내가 설정한 ‘좋은 아버지’는 완벽히 내 아버지와 반대의 모습이다. 아버지가 했던 일을 하지 않고, 그가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내는 것. 이 단순한 반전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좋은 아버지의 모습이다. 벅시도 나와 같았다. 그 역시 경험하지 못한 아버지의 뼈대를 직접 그려내야 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 뛰어난 능력은 없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사람. 벅시와 내가 그린 아버지의 모습은 닮아있다. - 84p

한 살씩 나이를 먹고 어른에 가까워질수록 상실은 일상이 될 테고, 많은 것을 잃어갈수록 나와 닮은 누군가의 얼굴은 또렷해질 것이다. 비록 나는 쉽지 않겠지만, 아버지와 아이라는 두 세계를 넘나들며 꺼낸 작업이 누군가에겐 서로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아버지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갖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면, 나도 포기하지 않고 내 아버지를 향한 되새김질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96p

내가 가진 단어 ‘아버지’는 가볍고 약했지만 애써 찾아가 진행한 다양한 아버지와의 인터뷰로 조금씩 묵직해지고 있다. 내가 지켜본 것처럼 앞으로 앵도 나를 지켜봐달라고 했다. 내가 상실한 사연과 기억을 새로이 담아내 어떻게 아버지란 단어를 새롭게 채워가는지 지켜봐달라고 말이다. - 136p

모든 인터뷰가 끝나고 나는 어느 정도 아버지와의 닮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도 살아가고, 저렇게도 살아가며 모두 아버지라 불리는 그들의 여지가 내게 다를 수 있다는 희망도 주었다. 내가 닮아야 할 아버지, 내가 향해야 할 아버지는 자기의 방식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아버지에 있다. 언제나 다름은 닮음에서 시작한다. - 148p

아직도 나의 꿈은 거창하다. 모두가 대화를 통해 상처를 회복하는 것, 두려워하지 않고 대화를 건넬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를 제작하는 것. 타인의 아물지 못한 흉터에 참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오래 간직하고픈 나의 꿈이다. -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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