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버즈


책 표지


야버즈 

저자전춘화 저 
출간일2024. 6. 17
가격14,000원
크기126 * 188 * 21 mm / 379 g페이지200쪽
ISBN9791168261815 

도서 소개

그동안 한국 문학이 넘겨짚었던 이면을 파고드는 생경하고도 익숙한 이야기
조선족 작가 전춘화 데뷔 소설집 『야버즈』


조선족 작가 전춘화가 지금까지 쓴 소설들을 모은 첫 소설집 『야버즈』. 책에 담긴 5편의 소설 모두 한국에서 처음 발표되는 작품들이다. ‘야버즈’는 오리 목에 붙어 있는 고기를 일컫는다. 이 생경한 음식은 중국에서는 익히 알려진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며 차이나타운에 가야 겨우 맛볼 수 있다. 분명 가까이에서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낯설고 이질적인, 그래서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지레 선입견을 가지기 쉬운 야버즈라는 요리는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서 가지는 위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전춘화의 첫 소설집 『야버즈』는 이러한 우리의 선입견 너머에 존재하는, 진짜 조선족의 삶을 비춘다.

제 첫 소설집 속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대부분 중국 동포, 중국에서는 ‘조선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역사 교과서에서든, 세계적인 문학 작품에서든, 로맨스 드라마 어디에서든 주인공으로 깊이 있게 잘 다뤄질 수 없는 이들을 저는 제 주위 사람들을 떠올리며 썼고, 쓰면서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집 속 주인공은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역사 기록에서도, 문학 작품이나 드라마 등에서도 주인공으로 다뤄진 적이 없는 사람들이자, 간혹 한국의 대중 매체에서 조연으로 출연하게 되더라도 거칠고 비열하거나 잔인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등 폭력적인 재현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이다. 전춘화는 이렇듯 실제와는 거리가 먼 기존의 조선족 표상을 벗어나, 이들이 현실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 무슨 이유로 떠나오는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각각의 사정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채롭게 풀어낸다.

‘룡’이 되어 날아오르기를 꿈꾸며
오늘도 야무지게 ‘야버즈’를 발라 먹는 사람들


『야버즈』에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조선족의 이야기, 혹은 관심을 두지 않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조선족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임신에 앞날을 불안해하면서도 회사 옥상에서 야버즈를 뜯어 먹으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경희(「야버즈」), 어느 날 밤 갑자기 걸려 온 옛 동창과의 통화 이후 자신의 낮과 밤을 새로운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나’(「낮과 밤」)의 모습에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조선족 젊은 세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와 달리 「블링블링 오 여사」의 주인공 오봉선 여사는 남들보다 한 박자 늦게 한국행을 택한 조선족 중년 여성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치여 상처 받으면서도 여전히 삶에 대한 감상적인 면을 간직한 오 여사의 모습은 앞서 나왔던 두 인물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렇듯 수록 작품들은 각각의 인물이 삶에서 느끼는 애환을 단순화하지 않고, 그들이 살아온 시간과 처한 위치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간 미디어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지던 조선족 표상은 개성 넘치는 전춘화표 인물들 앞에서 맥을 못 추며 무너져 버리고 만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속물적인 계산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인들이 가엾어 울기도 하고 연대를 꿈꾸기도 하는 전춘화의 인물들은 새롭게 현실적이면서도 근원적으로 문학적이다. 한국 문학을 구성하게 될 또 하나의 시선을 환대하는 것, 이제 그것은 이 시대 독자들의 즐거운 몫이 되어야 하리라.
-〈추천사〉 중에서

『야버즈』에 현재의 이야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동포들의 전사(前史), 그러니까 그들이 한국으로 오기 전 과거의 삶을 반추하는 작품들(「잠자리 잡이」, 「우물가의 아이들」)은 이 소설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부분이다. 현재에서 과거로 회귀하는 순서로 작품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야버즈』 속 인물들은 비로소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다. 이들은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쫓겨 터전을 옮겨 다니는 척박한 현실에 놓여 있지만, 여기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꿋꿋이 꾸려 나간다. 따라서 소설 속 인물들은 세속적이지만 사랑스럽고, 고단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소설집의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독자들은 ‘우물’ 하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조선족이 처음 낯선 중국 땅에 발을 디뎠을 때 땅을 “경작하고 마을을 꾸리고 전쟁을 치르고 대대손손” 살아올 수 있게 도왔다는 룡두레 우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룡두레 우물가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우물을 뒤로한 채 “국경을 넘거나 대도시”로 떠난다. 흔히 역사를 강물에 비유한다는 걸 고려해 볼 때, 커다란 강물에 비해 우물물은 너무 작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습기 한 점 없이 말라 버린 우물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전춘화의 이야기는 이 바싹 마른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작은 물줄기”들이지만 소설로서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궤적과 역사의 흐름이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넘나들며, 삶의 다층적인 면이 녹아 있는 이 비밀스러운 우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깊은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와중에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룡’을 마주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기를 바라며.



  • 목차

    • 야버즈
      낮과 밤
      블링블링 오 여사
      잠자리 잡이
      우물가의 아이들
      뒷이야기
      작가의 말



  • 저자 소개

    전춘화

    중국 길림성 화룡시에서 태어나 연변대학교 조문학부를 졸업했다. 2011년에 한국에 왔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중국 조선족 문예지들에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며 활동 중이다.

  • 🖋 책 속으로

    p.11 한국에 처음 오자마자 대림역에 가서 먹어 봤던 마라탕은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연변 냉면이든 마라탕이든 오리지널 본토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맛을 경희는 한국에 와서 잘 느껴 보지 못했다. 사람이든 음식이든 그 지역을 떠나면 맛이 변한다니까, 용주는 연구원답게 옆에서 또 한소리를 했다.

    p.31 “엄마가 또 대답했지. 비단 조선족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주류에 속하지 않는 작은 물줄기 같은 존재들이 있지.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다 큰 물줄기에 흘러들어 다 함께 바다로 가지 않겠니, 라고. 나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작은 물줄기들이 슬펐어.”

    p.58 사계절의 성실함과 낮과 밤의 우직하고 단단한 기운을 가진 누군가가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며 아기 대하듯 아픈 상처에 입바람을 호호 불어 주고 등을 토닥여 주면 자꾸 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p.72 오봉선 53년 인생 통틀어 오 여사님이라고 처음 불러 준 사람은 대한민국 서울시 은평구 모 은행에서 과장으로 일한다는 많이 배우신 분이었다. 오 여사라는 호칭을 처음 들었을 때 엄마는 양꼬치 가게에서 후식 냉면을 먹고 있는 내게 전화해 20년 무명 경력 끝에 빛을 본 여배우가 수상 소감을 말하듯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하며 속삭였다.
    “이제 난 오 여사다.”

    p.103 “김동리 씨가 그러더라. 가난이 오래가면 생각이 가난해지고, 생각이 가난해지면 다양한 경험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되고, 경험마저 가난해지면 그 사람의 세계는 점점 협소해진다고. 그게 진짜 가난의 무서운 점이래. 그러니까 딸, 나는 한국에서 간병인이 돼서 우리 둘 다 김동리 씨처럼 블링블링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김동리 씨가 나 일 마무리하고 병원에서 나올 때 따님이랑 행복하게, 블링블링하게 잘 살라고 따뜻하게 인사하는데 코끝이 짱하더라.”

    p.115 가장 비싼 값에 팔린 닭은 용구네 닭이었다. 살이 피둥피둥 오른 게 한족 닭 장수가 보자마자 하오, 하오를 그렇게 외쳤다나. 엄마들은 똑같이 정성으로 키운 닭인데 암만 생각해도 용구네 닭이 압도적으로 큰 것은 여름 동안 잠자리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하다가 어느새 단정 짓기에 이르렀다. 잠자리가 단백질이라고 했던 용구 엄마의 말에 엄마들은 뒤늦게 수긍하기 시작한 것이다.

    p.159 아버지의 입에서 ‘우리의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올 때마다 나도 따라서 입술을 달싹거려 보았다. 내 것이 주는 만족감과 뿌듯함은 알아도 ‘우리의 것’이 주는 긍지와 연대감은 몰랐던 시절이었다.

    p.170 나는 정처 없이 앞으로만 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몸을 한껏 웅크렸다. 보이지 않는 우물의 밑바닥에 닿아 보고 싶었다. 그 밑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고 숨을 고르다 보면 어쩌면, 진짜로 룡이 되어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p.181 역사든 사회든 그 어떤 거대한 것도 작은 개인의 삶을 흔들 수는 있지만 결코 압도할 수는 없는 거니깐요.

    p.197 저 같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꾼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어디든 떠나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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