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일서 - 오늘부터 책을 쓰려는 당신에게

책 표지


일인일서

오늘부터 책을 쓰려는 당신에게

저자장현정 저
출간일2025년 12월 29일
가격18,000원
크기135 * 200 * 26 mm / 556 g 페이지320쪽
ISBN9791191694321

도서 소개

“언젠가 나도 책을 써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모든 독자를 위한 현실적이고도 인문적인 안내서


저자는 아무도 읽지 않는 것 같은 시대에 책을 쓰려는 사람은 유례없이 많아진 오늘날의 시대적 풍경을 이야기하며 책을 시작한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매일같이 수많은 투고 원고를 마주하지만, 저자는 그 대부분이 실제로는 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리라는 냉정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런 흐름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읽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에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 자체는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무의식적이고도 깊은 갈망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글쓰기와 독서의 열기가 전국 곳곳의 도서관, 독서 모임, 글쓰기 강연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는 우리 시대를 진단하며 왜 사람들이 이처럼 돈도 되지 않는 읽고 쓰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유를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인간의 건강한 욕망에서 찾는다. 예나 지금이나 책을 읽고 쓰는 행위는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오늘의 나’를 위한 묵묵한 실천이며, 남들이 보지 않는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이나 요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저자는 명쾌하고 빠른 비법일수록 오히려 사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하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다소 모호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거짓은 아님을 강조한다. 좋은 글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용기’이며, 좋은 글은 결국 자신에게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삶을 통과한 경험, 특히 상처와 흉터에서 나오는 것임을 설명한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낸다는 것은 ‘사적인(private)’ 기록을 넘어 불특정 다수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공적인(public)’ 선언이다. 그래서 사적인 것을 공적인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출판(public-ation)’이라고 한다. 또, 글쓰기는 힘들고 억센 노동에 가깝지만, 동시에 나태해진 정신의 황무지를 갈아엎고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창조적 행위이며 저자는 이를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자신을 남기고 보존하려는 의지, 즉 기록을 통해 죽음을 넘어서려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쓰기 전의 마음가짐’과 ‘잘 쓰기 위한 감각’, 그리고 ‘실제로 쓰는 과정’과 ‘쓰고 나서의 일’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출판이 더는 소수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독자와 저자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고, 모든 독자는 미래의 저자이며, 이렇게 글을 짓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세계의 한 곳에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가장 근사한 행위라는 것이다. 누구나 감탄하고, 사랑하며, 마음껏 써볼 수 있게 하는 응원의 기록이다.


목차

  • 여는 글 - 모든 독자는 미래의 저자

    1부. 쓰기 위한 마음
    1. 글쓰기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용기’
    2. 종교와 인문의 길 사이에서
    3. 왜 쓰는가, 소외에 반항하기
    4. 작가는 여행자다
    5. AI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은, ‘우연’
    6. ‘읽은’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더 잘 쓴다
    7. 어렵지 않으면, 가치도 없다
    8. 초월(超越)보다 포월(匍越)
    9. 글쓰기의 힘

    2부. 쓰기 위한 감각
    1. 책의 물성: 손과 몸으로 생각하기
    2. 모방, 좋은 글을 위한 기초 체력
    3. 백 권 읽기보다 한 권 만나기
    4. 사적인 것(private)을 공적인 것(public)으로
    5. 씨앗 단어와 씨앗 문장
    6. 묵독용 글 말고 낭독용 글을 쓰자
    7. 주술 호응과 조사만 잘 다뤄도 기본은 한다
    8. 좋은 글에는 ‘관계’가 있다
    9. 좋은 글에는 ‘안목’이 있다

    3부. 실제로 쓰기
    1.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2. 우선 쓰자. 글‘쓰기’이지 글 ‘생각하기’가 아니다.
    3. 글‘쓰기’와 글‘짓기’ (1)
    4. 글‘쓰기’와 글‘짓기’ (2)
    5.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자
    6. 발광(發光/發狂)하지 않기
    7. 세신감(世信感)으로 쓰기
    8. 결론 내지 않기
    9. 의례와 의식

    4부. 놓아주기
    1. 퇴고, 거리 두기와 타자 되기
    2. 감탄하기
    3. 사랑하기
    4. 모래 위에 글짓기

    5부. 내보내기
    1. 아래로부터의 출판
    2.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3. 출판하기
    4. 사회적 편집 social editing 의 전망

    닫는 글 - 모든 작가의 시작은 편집자

저자 소개

장현정

작가, 사회학 박사, ㈜호밀밭 대표.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며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 10대 후반부터 록밴드 보컬로 활동했고 1996년 군 복무 중 〈공간시대문학〉에 수필 ‘꿈꾸는 영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시집 『바람 사이로 보다』를 펴냈고 1998년 발매한 록밴드 앤(Ann) 1집 앨범은 당시 전문가들이 뽑은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에 선정됐다.
문화기획자로서 수많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부산KBS, 경남MBC 등 라디오와 TV를 통해 문화, 예술, 인문학 관련 방송을 오랫동안 진행했다. 2007년 연극 〈나투라 Natura〉의 각본을 썼고, 2013년 영화 〈보름달〉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으며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 ㈜부산노리단의 공동대표, 지역문화지 〈안녕광안리〉의 편집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여러 대학에서 문화사회학, 예술사회학 등을 강의했고 2008년에 호밀밭출판사를 설립해 이후 매년 약 30종 내외의 도서를 펴내고 있다.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고 『소년의 철학』(2010 학교도서관저널 인문사회 추천도서), 『록킹 소사이어티』(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무기력 대폭발』(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도서), 『바다의 문장들 1』, 『바다의 문장들 2』 등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주4일 노동이 답이다』(공역),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속으로

p.28 사실, 글쓰기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우리에게 가장 먼저 ‘용기’를 요구합니다. 낯설고 불편한 것들과 마주할 용기, 나와 다른 것들을 이해해보려는 용기, 민폐 끼치는 일이 아닌 이상 내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임을 믿는 용기, 먼저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괜찮냐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내 존재의 집으로 너그럽게 초대할 용기 말입니다. 신발 끈을 묶고 바깥으로 나갈 때도 그렇고, 고백할 때도 그렇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그렇습니다.

p.36 자, 이제 용기를 내서 써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쓰기로 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좌고우면할 틈이 없습니다. 무대에 올라가기로 한 이상, 무대 위에서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용기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마비되어 멍청해진 상태입니다. 용기는 두려움을 잔뜩 느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을 떼는 것입니다. 눈물 나게 아름다운 것이죠.

p.44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입니다. 인문(人文)은 말 그대로 ‘인간의 무늬’라는 뜻인데 여기서 ‘문(文)’이라는 글자가 가리키는 무늬가 몸에 난 ‘상처들’을 의미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의 힘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무늬는, 이 세계와 맞서 긁히고 베이고 쓸리고 터지면서 얻은 상처들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의 기록이야말로 우리 각자의 고전이 될 힘차고 아름다운 글일 것입니다.

p.57 인간은 자기 안에서 나오는 계획과 계산만으로는 결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알고리즘과 동어반복의 세계에 갇힐 뿐 더 확장할 수 없습니다. 자기 바깥의 낯선 것들과 마주칠 때라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고, 그때의 경험은 단순히 머리에 남는 지식이 아니라 몸에 깊숙이 스미는 생존의 감각이 됩니다.

p.65 하지만 이 눈부신 기술적 진보의 이면에서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들도 소리 없이 약탈당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절실함, 발을 동동 구르던 간절함과 기다림, 그리고 우연 같은 것들입니다.

p.69 디지털 시대의 독서와 글쓰기는 단순한 지식 습득의 차원을 넘어 요가나 명상처럼 우리의 존재를 환기하는 행위입니다. 때로는 책의 구체적인 내용보다 읽고 쓴다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해집니다. 천천히 자기 속도로 책장을 넘길 때의 오롯한 리듬, 그 느린 속도와 분위기가 더 핵심일 때가 있습니다.

p.75 좋은 글의 재료는 언제나 결핍과 충동, 그리고 상처 같은 것들입니다. 가진 것을 과시하는 글보다 잃어버린 것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절실한 글이 독자의 마음을 더 강력하게 흔듭니다. 상처는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자기 존재의 찢어진 상처와 벌어진 틈을 응시해야 합니다. 롤랑 바르트가 말한 ‘푼크툼(punctum)’이죠. 찔러서 난 틈, 찢어진 곳, 벌어진 곳, 그것은 한자로는 ‘소(疎)’입니다. 소통을 위해 필요한 바로 그 틈이 ‘소(疎)’입니다. 우리는 타인과도 소통해야 하지만, 이 세계와도 소통해야 합니다.

p.81 그러니 ‘읽기’만큼이나 ‘잃기’도, 아니 어쩌면 ‘잃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아름다움을 말할 때 언급한 ‘앓기’도 떠오르네요. 읽기, 잃기, 앓기, 일기, 옳기, 웃기, 울기… 비슷한 단어들이 유난히 많이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p.90 글쓰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어려움이 글쓰기를 가치 있고 빛나게 해주는 것이니 존중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기쁘게 고통스러워해야 합니다. 어려우니까 대단한 것입니다.마지막 문장을 쓰고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보람되고 뿌듯한 것은 대단한 글을 썼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어렵고 힘든 시간을 버텨낸 스스로가 대견하고 멋있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p.130 굳이 책과 관련한 목표를 세우겠다면 ‘100권 읽기’라는 거창한 숫자 목표 대신 ‘나를 깊이 흔드는 책 한 권’ 만나기로 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나를 기다리는 그 책 한 권을 만나기 위해 기쁘게 헤매고 방황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장서가의 마지막 목표가 수천 권, 수만 권씩 되는 책들을 모두 처분하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책을 10권 혹은 100권 정도만 골라 남겨두는 것이라고 들은 적 있습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핏(fit)’이죠.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옷 한 벌처럼, 자기에게 꼭 맞는 소중한 인생 책 한 권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p.134 다만 글을 쓸 때, 지금 쓰는 이 글이 최종적으로는 공적인 것이 될 것임을 자각하는 게 중요함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계속 글쓰기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당대 사회와 시대에 대한 윤리와 감수성도 길러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듬어진 세련된 세계관과 감수성은 글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삶까지도 훨씬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p.139 글을 쓰려고 키보드 앞에 앉으면 머릿속이 수만 가지 생각으로 들끓습니다. 복잡한 생각의 실타래 속에서 헤매다 보면 글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심지어 처음의 의도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글이 산만해지고 중심을 잃게 되면 자의식 과잉이나 나르시시즘으로 범벅된 글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럴 때 작가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면 좋습니다. ‘씨앗 단어’나 ‘씨앗 문장’을 활용하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p.151 책을 쓰려는 이들은 종종 화려한 수사나 엄청난 반전, 혹은 전문적인 이론에 매료되곤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많은 원고를 다루는 편집자들은 그런 걸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글쓰기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복잡한 기교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이상한 습관, 혹은 주술 호응과 조사 사용 같은 기초 중의 기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난히 쉼표를 많이 쓰는 작가들이 있는데 너무 많은 걸 강조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강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p.169 모든 공부의 마지막은 ‘안목(眼目)’입니다. 글쓰기도 예외일 수 없죠. 우리가 글쓰기를 배우고 수많은 책을 읽으며 사유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과정의 종착지도 자기만의 ‘안목’입니다. 안목은 단순히 지식이 많은 상태를 넘어 무엇이 좋고 나쁜지,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스스로 판별해낼 수 있는 심미안이자 통찰력입니다.

p.180 출판사에서도 초보 편집자일수록 원칙에 매몰되어 저자의 모든 문장을 자기 틀에 맞춰 고치려 듭니다. 하지만 숙련되고 노련한 편집자는 원고의 흐름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저 툭툭 건드릴 뿐입니다. 틀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오히려 고정관념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런저런 규칙을 잘 지키려 애쓰는 것보다 글과 관련해 여기저기 난무하는 고정관념들부터 먼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고픈 예술가 신화 같은 것입니다.

p.188 글쓰기는 자전거 타기와 비슷해서 처음 페달 밟는 순간이 가장 힘듭니다. 자동차도 시동을 걸 때 가장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죠. 멈춰 있는 무언가를 움직이게 하려면 처음에 많은 힘이 필요하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일단 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탄력이 붙어 생각보다 쉽게, 의외로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뭐라도 써놓으면 그 문장이 다음 문장을 부르고, 하나의 문단이 또 다음 단락으로 이어집니다. 하나의 문장을 써야만 다음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건너뛸 수 없습니다. 글이 글을 쓰게 하는 이 연쇄작용은 속도가 붙었을 때 잠깐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전거가 계속 달리는 것처럼 종종 글 자체가 글을 쓰게 하는 흐름을 타기도 합니다.

p.195 저는 글 ‘쓰기’와 글 ‘짓기’를 다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가(作家)는 ‘쓰는’ 사람보다는 ‘짓는’ 사람에 가깝다고 봅니다. 인류는 예로부터 의식주처럼 삶의 가장 근본적이고 가치 있는 행위에 ‘짓다’라는 동사를 붙여왔습니다.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 것처럼 글 또한 그렇게 ‘짓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은 죄도 짓습니다.

p.213 사람들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실패에서는 별로 배울 게 없었거든요. 저는 성공의 경험을 통해 훨씬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그 경험들이 쌓이며 선순환의 성장으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작은 성공을 많이 거두는 게 좋습니다. 한 번이라도 성공의 힘을 경험해 본 사람은 회복탄력성도 높아져 웬만한 일에는 쉽게 무너지지도 않습니다.

p.220 전자책과 종이책의 차이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지만, 가장 큰 차이라면 역시 종이책은 스스로 발광(發光)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책은 다른 빛의 도움 없이는 읽을 수 없습니다. 모니터, 스마트 폰, 패드, 기타 등등 오늘날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함께 하는 물체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발광한다는 것인데 책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p.227 저는 이런 마음을 ‘세신감(世信感)’이라 부릅니다. 제가 만든 말인데 자신을 믿는 ‘자신감’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자신감은 근대적 개인에게나 유효했던 덕목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결코 혼자 힘으로만 버텨낼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세상을 믿는 마음, 즉 내가 건넨 말과 행동과 글의 진심을 누군가는 반드시 알아주리라는 믿음입니다.

p.239 결론 내지 않는다는 것은 작가의 무책임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독자의 지성과 사유를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입니다. 정답을 주는 글보다 질문을 남기는 글이 독자의 삶에 더 깊숙이 침투합니다. 우리는 정답을 가르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독자들과 함께 이 삶의 모호함을 견디며 함께 나아가기 위해 쓰는 겁니다. 독자의 손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지 맙시다.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지 맙시다.

p.249 역지사지, 즉 다른 이의 시선으로도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퇴고에서도 자기와 다른 위치와 상황의 사람을 염두에 두고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경솔한 부분은 없을지 살필 줄 알 것입니다. 이처럼 글쓰기에서 퇴고는 사실 문법이나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감수성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p.272 부정의 힘은 대단히 강하고 긍정의 힘은 한없이 약하지만, 세상을 살리는 힘은 긍정입니다. 글을 쓰겠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사랑하겠다는 선언이자 먼저 말 거는 사람이 되겠다는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죽이는 글이 아니라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살리는 글을 써야 합니다. 말 그대로, ‘살림’이죠. 지혜로운 가장이 사랑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살림을 살 듯, 오늘도 사랑을 담아 한 문장씩 써 나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미국 소설가 커트 보니것의 문장도 하나 인용합니다. “인생의 목적은 누가 우리를 조종하고 있든지 간에 주위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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