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속의 우주

책 표지


글자 속의 우주 

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 이모저모

저자한동훈  저 
출간일2021년 08월 07일
가격25,000
크기128 * 182 * 30 mm / 514 g
페이지436
ISBN9791190971560

도서 소개

ㆍ 서체 디자이너 한동훈이 바라본
글자 모양 속 우리 시대의 행간(行間)

시대를 해석하는 창(窓)은 무수히 많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마다 자신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삶의 모습을 바라본다. 서체 디자이너 한동훈은 오랫동안 노포(老鋪)의 간판부터 근현대사 속 공공디자인과 여러 상품의 브랜드까지 눈에 띄는 글자가 보일 때마다 수집해 그 속에 담긴 내력을 살펴보고 ‘글자’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다. 쉽게 지나치기 십상인 일상 속 다채로운 글자들은 서체 디자이너인 저자의 눈을 통해 모두 하나하나의 작품이며 역사이자 생생한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오늘날, ‘글자’는 모든 사람이 가장 일상적으로, 또 가장 많이 마주치게 되는 창이다. 편의점 간판과 상품의 로고, 화폐와 영수증, 액정을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까지 눈을 뜨고 바라보는 모든 곳에 ‘글자’가 있다. 사람들은 그 글자들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재미를 느끼며 서로 소통한다. 문자메시지와 메일, SNS를 비롯해 모두가 저마다의 매체를 통해 읽고 쓰는 시대인 현대사회에서 특히 글자는 공기처럼 늘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텍스트의 내용에 주목할 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 텍스트를 보여주는 글자 모양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글자’를 업으로 삼은 젊은 서체 디자이너가 오랜 시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한 글자 모양과 그 속에서 끄집어낸 우리 시대 삶과 문화의 이야기는 더욱 신선하고 반갑게 다가온다. 일상 속 곳곳에서 마주치는 글자 모양 속에는 저마다의 이유와 내력이 담겨 있고 그만큼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사회사와 우리 삶의 행간도 녹아있다.

“모든 것은 9년 전 어느 날
사당역 근처 남현동에 있던 중고책방 ‘책창고’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김진평 선생님의 〈한글의 글자표현〉을 보게 되었고
대학교에서 한글디자인 수업을 들었다.
한글디자인 수업은 글자를 향한 갈증에 불을 지폈다.”

ㆍ 술과 자동차, 올림픽과 대통령 선거까지
일상 속 곳곳에서 마주치는 ‘글자들’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저자의 글자 컬렉션은 목차만 잠깐 봐도 알 수 있듯 종횡무진 분야를 막론한다. 공간건축사사무소의 개축공사 표지판부터 도시 곳곳에서 쉽게 마주치는 오래된 모텔이나 웨딩홀, 술과 치킨, 자동차 심볼과 도로 표지판, 은행과 지폐, 음반과 카세트, 게임과 컴퓨터, 카메라와 문구, 올림픽과 스포츠, 신문 기사와 공공기관 및 기업의 로고, 도로와 지하철, 하수도 맨홀, 서점과 다방, 예능프로그램의 자막, 오래된 건물의 정초석과 시대를 풍미한 잡지들, 아파트와 사무공간, 병원과 극장, 백화점과 식당, 노포들의 간판, 급기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서체 이야기까지 단숨에 읽다 보면 글자가 이미 우리 삶의 일부로 깊게 스며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1장 ‘글자 보기’에서는 타이포, 폰트, 타입페이스, 레터링 등 서체를 지칭하는 용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일상적 에피소드와 함께 글자 모양을 대하는 저자의 기본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고, 2장 ‘글자 쓰기’에서는 술, 치킨, 자동차, 전자제품과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채로운 일상적 소재를 통해 서체를 바라보는 재미와 의미를 느끼게 해 준다. 2장이 일상 속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서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면 3장 ‘글자 만들기’에서는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곡점들과 서체가 만나는 지점을 짚어주며 4장 ‘글자 새기기’에서는 인터넷 밈이나 이른바 야민정음이라 불리는 요즘의 재기발랄한 시도들을 소개하는 한편, 손글씨를 비롯해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여러 제품의 글씨체와 함께 교과서의 서체나 묘비명 등 서체와 관련된 울림 있는 단상들을 만나게 된다. 끝으로 5장 ‘글자 중독’에서는 서체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진지함을 엿볼 수 있으며 부록으로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래아한글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도시와 시골,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에 글자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고 그 글자들의 모양 하나하나를 예전과는 달리 예사롭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한 짧은 에세이 모음이다.
에세이에는 각자 고유의 관점이 있기 마련이다.
서체 디자이너인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글자’다.
인간 사회는 글자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시골, 도시, 오프라인, 온라인 등 모든 곳에는 글자가 있다.
글자는 인간이 쓰고 만드는 것인 만큼,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그 안에는 각자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스토리와 스토리가 모이면 세상이 되고 우주가 된다.
‘글자 속의 우주’라는 조금은 거창한 제목은 그런 의미를 담고자 한 것이다.”


목차

  • 서문: 서체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세상

    Chapter 1 - 글자 보기
    용어 구분이 먼저
    문자 사회안전망
    벽돌 쌓기, 글자 쌓기
    글자틀 견본을 한눈에

    Chapter 2 - 글자 쓰기
    주류(酒類) 라벨 타이포그래피
    크라운&크라운
    한국과 미국의 치킨 타이포그래피
    트렁크 타이포그래피
    기아자동차 상징의 변천사
    서라벌레코드 레터링
    글꼴이기 때문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탈네모틀
    한글디자인 삼대: 새마을금고 로고타입
    머니 타이포그래피
    매킨토시의 탄생
    카세트의 추억
    초창기 비디오게임 레터링: 재믹스, 재미나, 그리고 신검의 전설
    셔터 다이얼 서체
    각인의 추억
    프로야구와 글자
    유니폼 타이포그래피
    올림픽과 로고타입 디자인
    헤드라인으로 보는 월드컵
    대성쎌틱
    사라진 광고판

    Chapter 3 - 글자 만들기
    도로 타이포그래피
    수도권전철 주변 글자들
    책방 풀무질
    예능 자막 타이포그래피
    마이너 잡지 타이틀
    청파동 산책: 청아삘딩과 청파교회
    유서 깊은 카페의 글자꼴
    한국도로공사 BI의 추억
    디테일이란 무엇인가
    레터링- 꿈과 희망의 나라
    에뜨랑제
    미아동 주변 주택글자
    ‘백년지점’이 품은 대작
    아파트 타이포그래피 1
    아파트 타이포그래피 2
    아파트 타이포그래피 3 : 네거티브 스페이스와 건설업체 심볼
    업무용 공간 타이포그래피
    사거리의 두 치과
    실험극장
    완고한 명조체의 향기
    어떤 만남
    한겨레를 만든 글자
    시대가 헷갈리는 기하학 글자: 미도파와 아이템풀의 레터러
    아! 옛날이여
    대선과 타이포그래피
    쌍문동 속 쌍문동체
    변함없는 제비

    Chapter 4 - 글자 새기기
    야민정음의 세계
    군장점 명찰도 폰트시대
    손글씨 단상
    만년필이란
    이름 해석하기
    남산으로 갑시다
    김수영 소위 묘비
    시각적 문자 번역
    교과서체 트라우마
    대강포스터제
    프리즘의 추억
    돌아오는 길에: 한글 단상
    변곡점을 둘러싼 글자들
    폭염주의보

    Chapter 5 - 글자 중독
    폰트디자이너의 첫 작품
    인터넷 밈이 타입페이스로- 벌래체
    7080 글자, 폰트가 되다
    라운드 고딕 가설
    문자별 감상
    각진 부리 본문용 폰트
    글자 뒤집어 보기
    세벌식 단상
    한글 디자인 옵션
    한글 합자 이야기
    한글디자인이 가지는 어려움
    한글의 범위는 어디까지?: 폰트디자인에 대한 짧은 이야기

    부록
    아래아한글 필기체 미스터리

저자 소개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거창한 목표나 이름값보다 하루하루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직업인을 꿈꾼다.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산돌을 거쳐 박윤정&타이포랩에서 근무 중이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에 기고했으며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온라인플랫폼 클래스101, 이도타입에서 서체 디자인을 강의한다. 사명감보다는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글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글자를 좋아한다. 앞으로도 ‘글자’라는 큰 틀 안에서 꾸준히 즐겁게 활동하는 것이 목표다.



🖋 책 속으로

“글자가 전하는 메시지와 그것의 외피는 서로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글자꼴은 단순한 정보전달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글귀가 드러내고자 하는 분위기까지 암시하고 있다. 자고로 깔끔한 내용은 깔끔한 서체에, 복잡한 내용은 복잡한 서체에 담아야 인지부조화를 유발하지 않는 법이다. 만일 스타벅스 커피의 로고타입이 세리프인지 산세리프인지 모를 ‘데드히스토리’(1990)나 ‘블랙레터’로 만들어져 있다면 어떨까?” 35p

“봉고시리즈로 연명하다가 오랜만에 승용차를 출시하는 만큼 기아는 프라이드의 성공에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큰 기대와 노력을 들였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각진 부분이 하나도 없는 프라이드의 로고타이프는 깜찍하기만 하다. 차의 성격과 주고객층을 의식해 기하도형에 최대한 가까운 모양으로 동글동글하게 디자인된 프라이드. 아직도 프라이드를 기억하는 많은 분의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후에 자동변속기 옵션이 추가됐는데 이를 표시하는 AUTOMATIC도 룩에 맞는 깔끔하고 귀여운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42p

“산울림이 기존 밴드와 다른 점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앨범 커버에 있었다. 1집부터 12집에 이르기까지(그리고 나중에는 부분적으로 13집에도) 그림 + 독창적으로 작도한 로고타입의 일관된 구성을 유지했다는 점. 초기 앨범에는 대표 수록곡도 로고타입과 비슷한 룩으로 함께 레터링해 표시했다. 커버에 수록곡을 레터링한 건 그 시절의 보편적 디자인이니 딱히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ㅅ · ㅈ꼴에 포인트를 준 애매한 굴림이 대부분인 통속적 형태와는 다르게 산울림 커버를 장식한 글자들은 기준선을 아래로 확 내려버린 낯선 것들이었다.” 54p

“재믹스의 외형에서 다양한 원색 컬러만큼 특징적인 부분이 위쪽에 프린팅된 ‘재믹스’ 한글 로고타입이다. 속도감과 특색을 갖춘 이 글자는 대우그룹 전용서체(이 전용서체는 지금의 KS규격에 부합하는 폰트의 개념이 아니라, 기업 아이덴티티 작업 시 자주 쓰는 글자도 함께 그린 것을 말함)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평평하고 납작한 글자틀, 글자의 가로세로 획 콘트라스트가 다른 대우 전용서체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대우 전용서체로 쓴 ‘재믹스’를 속도감 있게 커스텀해서 전용으로 썼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어쨌든 날렵하면서 무게감도 있는 것이 게임기와 상당히어울린다. 엔지니어인 강병균 씨가 이례적으로 ‘로고 디자인이 성공적이다’ 라고 거론할 정도였다.” 84p

“그렇다면 84년 시리즈의 결과는 어땠을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투수 쌍두마차 김일융, 김시진과 장효조, 장태수, 오대석 등 강한 멤버로 무장한 삼성은 최동원 한 명만 조심하면 된다고 여겼던 그 ‘최동원’에게 한국시리즈 4승을 내주는 전무후무한 패배를 당하며 롯데자이언츠에 우승컵을 양보하게 된다. 불조심 포스터처럼 허접하게 보였던 롯데 유니폼 속 글자 표정이 갑자기 승부사의 터프한 상징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104p

“폐기된 엠블럼을 대신해 조직위는 2020년 도쿄올림픽 · 패럴림픽 공식 엠블럼 재공모에 들어갔다. 응모작 중 2016년 4월 간추려진 네 점의 작품 중, 독창성이나 다뤄볼 만한 독자적 포인트를 가진 작품은 없다. 마지막 시민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된 대체 엠블럼은 A안으로, 에도시대 전통문양인 이치마쓰모요를 형상화 한 체크무늬에 일본 전통색상이라는 남색을 입힌 로고, 그 밑으로 DIN의 자취를 짙게 풍기는 평이한 지오메트릭산세리프 ‘TOKYO2020’이 나열되어 있다. 안전한 접근이다.” 139p

“기사가 난 이후 1년 반 만에 서점 앞에 다시 가보았다. 새 주인과 함께 풀무질 역시 새 간판을 달았다. 녹색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되 네모틀에서 벗어난 리듬이 눈에 띄는 새 간판 글자는 그래픽디자이너 우유니게가 디자인했다. 원래 글자와는 사뭇 다른 양식이지만 마찬가지로 풀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새 생명을 얻은 책방 풀무질은 코로나19의 거센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서점이지만,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여전히 진보적인 서적을 다루며, 이를 둘러싼 저자와의 만남과 읽기 모임 등 관련 활동을 풀무바람 일으키듯 꾸준히 전개하고있다.” 182p

“특히 입구 유리문에 시트지로 바른 명조체 ‘학림’에서 카페의 헤리티지가 엿보인다. 여기저기 떨어지고 잘려 나갔으며 원래 색이 무엇인지 가늠조차 어려울 정도로 낡은 이 시트지에서는 학림다방만의 시간과 아우라가 느껴진다. 초 · 중 · 종성의 자소가 꽉 찬 라운드형 고딕에 기하학적 로만알파벳을 결합한 스타일은 1970 · 80년대, 그중에서도 1980년대에 특히 유행했던 양식이다. 80년대 학림이 겪은 변혁의 소용돌이 어디쯤에 있던 디자인인가. 중간에 단명했던 대학로 소비문화에 맞는 현대적 공간으로서의 학림이 남긴 유물일까?” 216p

“그렇다면 한겨레신문 제호는 어떨까? 광고용 헤드라인과는 다르게 목판본 글씨에 가까운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의 첫 제호는 오륜행실도에서 집자한 붓글씨체다. 한겨레신문의 제호가바뀌어 온 역사도 재미있다. 오륜행실도 서체에서 획과 획의 교차점을 굴린, 마치 잉크가 번진 듯한 고딕을 거쳐 지금의 탈네모틀 고딕이 되었다.” 293p

“그렇다면 19대 대선 당선자는 오직 선거 아이덴티티만을 위해 맞춤으로 만든 ‘레터링’을 쓴 후보가 될 것이다. 19대 대선에서 주요 후보로 분류된 5명 중 문재인, 홍준표 후보가 기성 폰트가 아닌 레터링을 사용했다.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과 나머지 후보는 본고딕, 윤고딕, 티몬몬소리체 등의 기성 폰트를썼다. 그렇다면 대선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과 같다. 이 징크스 아닌 징크스대로라면 2022년 치러질 다음 대통령 선거에는 출시되어있는 디지털폰트로 후보 명을 쓰는 사람이 당선되어야 하는데, 판세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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